'0.00001%를 위한 성공비밀'의 함정
안녕하세요 오늘은 타이 로페즈라는 사람이 나오는 영상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어 글을 씁니다. 이 영상을 추천한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해서 유튜브 추천에 올리지는 않습니다. 타이 로페즈는 기업가이자 마케터인데요. 성공이나 동기부여에 관한 말들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종종 찾아보기도 하고,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할 이야기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10분짜리 영상을 보고 기억에 남은 말은 한마디밖에 없거든요.
전 세계 상위 10명의 부가 하위 10~20%의 부보다 더 많다는 이야기말입니다.
이 말이 너무 충격적이라 다른 이야기는 기억에 하나도 남지 않더군요. 상위 1%도 아니고, 10명입니다. 10명의 부가 하위 14억명의 부를 뛰어넘는다는건 정말 말이 안됩니다. 산술적으로가 아니라 그냥 직관적으로 보았을 때요.
더 찾아보니 상위 1%가 안되는 사람들이 세계 부의 50%를 차지하고, 하위 50%가 차지하는 부가 전체의 1.2%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발견했습니다. 그냥 있겠거니 하며 별 생각이 없었던 세계 빈부격차가 이정도라니, 정말 충격이지 않습니까?
이 통계만 해도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인데, '이 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경제적)성공은 소수만 하는 것이니, 지금부터라도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라는 주장은 정말 맞는 주장인 것일까요? 자본주의 시장에서 빈부격차는 필연적인 것이니 이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겁니까? 10명의부가 14억명의 부보다 더 클정도인데도요? 정말 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해야만 이러한 부의 불평등을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공산주의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정도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지요. 하지만 10>140000000의 절망적인 부등식이 성립하는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는 10명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 영상이 저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다른 의구심 또한 생깁니다. 왜 성공은 소수만이 하는 것일까요? 성공은 몇명만 해야 한다고 누가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재산이 100억이 안 되면 성공하지 못한 것일까요? 지금 사는 삶에 (경제적으로)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성공할 생각이 없는 나태한 사람일까요?
성공에 대한 영상들을 보다 보면 그 경계가 자주 모호해지는 것 같습니다.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과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것의 차이가 말이죠. '성공하는 법' 앞에 (사업에서)라는 괄호가 자주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나중에 사업을 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업을 해야만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에는 물음표가 생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해 볼 점이 있지요.
울지마 톤즈에 나왔던 이태석 신부는 성공적인 삶을 살았나요? 좀 애매한가요? 이태석 신부는 성공한 삶이라기보다는 의미있는 삶을 산 것이 아니냐고요? 그러면 돈을 많이 벌지는 않지만 행복하게 사는 짱구네 가족은 성공한 삶인가요?
그들은 성공했다기보다는 행복한 삶 아니냐고요?
그렇다면, 왜 성공해야만 합니까? '성공한 삶' 안에 '의미있는 삶'과 '행복한 삶'이 반드시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성공하지 않고도 의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굳이 성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요?
제가 성공할 필요 없다. 성공같은거 부질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성취해내고, 성공해낼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기쁨이 분명히 있지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열정을 바친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저부터도 성공하고 싶기도 하고요(물론 경제적인 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의미있는 삶이고, 나머지는 실패한 삶이라고 보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는 겁니다. 이건 '성공'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함정이라 생각하는데, 성공의 반대말이 실패이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의 여집합이 실패한 사람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이 길었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좀 많이 감정적으로 말한 것 같습니다.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마 그 통계가 저에게 그만큼 충격적인 것이었겠지요. 뒷부분에서 이야기한 성공에 대한 이 의구심에 대해 좀 더 말해보자면, 성공에 대한 동영상들을 보다보면, 특히 제목만 보다보면 정말 '성공하지 않으면 실패한 삶이다'혹은 '이 영상에서 나온대로 하지 않으면 실패자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성공에 대한 강의들을 보면 많은 강의들이 은밀하게, 때론 노골적으로 성공=돈 많이 벌기 라는 공식을 우리에게 전달하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상위 0.1%부자와 나머지의 차이점' 같은 영상 썸네일과 "지금 흘린 침은 내일 흘릴 눈물이 된다."같은 소위 공부 명언이라 하는 말들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틀 안에 사고를 완전히 가두어 버린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이만 줄이지요.
이상과 사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