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사하면 행복해진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저도 좀 더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매사에 감사해보려고 노력해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요즘 문득 감사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지? 하는 질문에 꽂혀서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감사한다는 것은 '타자'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예를 들어, 저는 마카롱을 좋아하는데요, 얼마전 마카롱을 선물받은 적이 있어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마카롱을 제가 샀다면 마카롱은 여전히 맛있었겠지만, 그 마카롱을 '산'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지 않겠지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마카롱을 산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지 않지만, 맛있는 마카롱을 먹을 수 있다거나, 마카롱을 살 수 있는 자신에 감사할 수 있잖아!" 좋은 접근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맛있는 마카롱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는 것은, 맛있는 마카롱을 만든 사람에게, 마카롱을 맛볼 수 있는 자신의 혀에게, 그리고 이렇게 맛있는 마카롱집을 알게 된 자신의 행운에 감사한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요. 마카롱을 살 수 있는 자신에게 감사한다는 말은 자신이 마카롱을 살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이 되는 것에 감사하는 것이고, 그것은 다시 자신이 직업을 가졌다는 것이나 자신의 가정 형편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감사는 '자신에 의한 것이 아닌 것'에 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볼까요? 아까 위에서 맛을 느낄 수 있는 자신의 혀에 감사한다는 것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해서 맛을 못 느꼈다면 이 맛을 못 느꼈을 텐데, 다행이도 나는 맛을 느낄 수 있네!" 와 같은 생각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결국, 감사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그 일이 나의 영역 밖에서 일어난 일임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모든 일에 감사한다는 것은 결국 세상 모든 일들이 나의 영역 밖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요? 건강이든, 인간관계든, 행운이든 모두 다 말입니다. 앞선 생각들을 살펴볼 때 이 생각은 타당한 것 같습니다. 모든 일들이 나의 영역 밖에 있다면, 내가 살아있고,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은 나의 의지가 아닌 '운'이라는 생각까지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철학자 롤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롤스는 개개인의 노력마저도 다 운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력할 수 있는 가정환경, 천성적인 요인, 주변환경 등이 잘 맞기에 노력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요. 그리고 이런 생각은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내가 여기 있는 것이 다 운이라니! 롤스가 헛소리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모든 것에 감사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됩니다.
저는 여기에서 감사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영역 밖에 있는 것에 대해 하는 것이기에 꽤나 종교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기독교에서는 우리는 신을 통하여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으며, 신을 통하지 않고 자신이 자신을 구원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기독교에서도 '신'이라는 자신의 영역 밖에 있는 존재를 믿으며 신에 비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라? 이 생각, 우리가 모든 일에 감사한다는 것에 대해 말할 때 본 것 같지 않나요? 결국 그런 이유로, 저는 감사한다는 것은 결국 종교적인 생각이다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이후 저는 더 생각해 보았습니다. 감사하는 것이 최선인가? 정말로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고 모든 것은 타자에-외부에-의한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인가? 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저는 다시 한 번 저 나름의 답에 도달했습니다. 다음 글에서 나머지 이야기들을 해 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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