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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각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명언

by 이상과 사상 2021. 4. 21.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히포크라테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데카르트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에디슨

 

프란스 할스의 데카르트 초상화

각각

 

인생은 짧지만 의술(ars)을 습득하기는 아주 오래 걸린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의심한다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뿐이다.

99%의 노력이 있더라도 1%의 영감이 없다면 천재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는 뜻입니다. 혹시 다르게 의미를 해석하시진 않았나요? 사실, 생각해보면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알려진 의술의 대가 히포크라테스가 예술을 말하는 것은 뭔가 이상합니다. 이밖에도 잘못 알려진 명언들은 정말 많습니다. 

 

 

왜 이런 명언들이 많을까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만들어지거나 곡해되는 경우도 있겠지만(링컨의의 게티즈버그 연설문도 당시에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앞뒤를 자르고 그 문장만 이해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짚고 싶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예술가가 아니었습니다. 데카르트의 저 말도 사실 그냥 한 소리가 아닌 엄청난 사유를 한 문장에 요약한 결정체입니다. 그런 말들을 우리가 아무 배경지식 없이 그 말만을 듣는다면 온전히 이해하기가 꽤나 어렵겠지요. 

 

 

속담이나 사자성어에도 이와 비슷한 것들이 많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인 다다익선(많을 수록 좋다), 과유불급(지나침은 없으니만 못하다)도 그 예시입니다. 상대방이 뭐라고 하든 받아칠 수 있는 멋진 한 쌍입니다. 또, 시작이 반이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그러므로 시작하고 가만히 있으면 일이 끝난다. 같은 굉장한 말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주장은 그 유래, 참 뜻을 안다면 할 수 없는 주장이긴 합니다.

 

출처:유튜버 로지컬

이런 말들은 말이 안 되지만, 가만히 듣다 보면 어떤 말들은 그럴싸 해서 말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결국, 인터넷에서 떠도는 '세줄요약좀' 같은 말도 그렇고, 앞에서 예를 들었던 명언, 속담, 사자성어 모두 다 동일한,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 요약된 내용만 보면 진짜 의미와는 멀어져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포리즘(명언)은 우리에게 너무 매력적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첫째, 저에겐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굉장히 있어보입니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라캉' 너무 멋지지요.

둘째, 즉각적인 깨달음을 줍니다. 우리가 한 사람의 이론, 철학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책을 읽어야 합니다. 어디 책이 한 권 뿐이겠습니까. 그리고 그 책들은 보통 '재미'와는 거리가 있는 어렵고 복잡한 책들입니다. 그러나 명언은 어떻습니까?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안 읽어도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이 말 한마디면 우리는 뭔가 엄청난 깨달음을 얻는 듯한 기분이 들지요. 이렇게 간편하게 깨달음을 얻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에, 또 기억하기 쉽기에 우리는 아포리즘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명언에 대하여 너무 안 좋은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저도 명언을 좋아하고, 명언을 통해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당장 떠올려 보아도 가슴 속 깊이 남은 명언들이 여럿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명언은 그 자체만으로는 진짜 의미를 이해하는 데 부족할 수 있음을 기억하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말을 하게 된 배경과 행간을 파악해야 할 수도 있음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모든걸 파악하더라도 명언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둔 채 말이지요(소위 공부 명언이라는 헛소리가 많습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명언의 진짜 뜻을 이해하고, 성장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과 사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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