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시간1에서 다룬 것도 있지만 사진이 정말 대단한 이유가 생각해 보니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은 시간을 저장한다는 그 특별한 성질 덕분에 과거와 현재를 이어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지 못합니다. 미래에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요.
시간을 우리는 조종하지 못하기에 전 세대의 지식을 다음 세대로 물려주기 위해 우리의 조상들은 많은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때로는 글로,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이야기나 노래로 지식을 전달했습니다. 사진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사진은 이야기, 글, 그림과는 약간 결이 다릅니다. 전자들은 사실을 두뇌로 받아들이고 처리하여 다시 재조합되어 전달되는 반면 사진은 그 때의 그 순간을 그대로 남길 수 있지요. 정보의 양과 질은 차치하고 정보의 순수성을 놓고 본다면 사진은 나머지들에 비해 비할 수 없는 순수성을 가집니다(물론 촬영자의 의도가 반영될 수도 있겠습니다만은 네스 호의 괴물처럼 조작되지 않는 한 사진은 확실한 어느 순간을 담고 있지요).
우리는 5분 전의 자신과 만날 수 없습니다. 같은 장소에 있더라도 시간상 다른 죄표에 놓여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진을 통한다면 5분 전의 자신과 이야기는 못 하겠지만 적어도 5분 전의 자신을 볼 수는 있습니다. 과거의 자신을 볼 수 있다니, 정말 엄청난 일이 아닌가요? 사진이 있기 때문에, 시간의 강 위에서 뒤로는 갈 수 없더라도, 살짝 뒤를 보는 정도는 가능하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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